남들이 가지 않은 길, 독자 노선을 선택한 엔지니어들
고성능 N 브랜드를 통해 달리기 성능의 정점을 증명한 현대자동차는 동시에 또 다른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친환경차 시장으로의 진입이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HEV)'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었습니다.
당시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의 도요타(Toyota)가 특허 장벽을 튼튼하게 쌓아 올린 독무대였습니다. 도요타의 '직병렬형(THS)' 시스템은 엔진과 모터 사이를 동력 분할 기구로 연결하는 복잡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연비 효율 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 높은 특허 장벽을 넘지 못해 도요타에 막대한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사 오거나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후발 주자였던 현대차 역시 도요타의 방식을 우회하면서도 효율성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닥부터 설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독자 기술, 현대차 TMED 병렬형 시스템의 원리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대차가 찾아낸 해답은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방식'이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병렬형 하이브리드 구조였습니다. 도요타의 복잡한 동력 분할 기구 대신, 기존 내연기관에 쓰이던 자동변속기 내부에 전기 모터를 일렬로 직접 연결하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구조였습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엔진과 모터 사이에 위치한 '엔진 클러치'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출발하거나 저속으로 부드럽게 달릴 때는 엔진 클러치를 열어 엔진을 완전히 끄고 모터 힘으로만 달리는 'EV 모드'로 작동합니다. 그러다 시속이 올라가거나 큰 힘이 필요한 오르막길을 만나면, 엔진 클러치를 매끄럽게 닫아 엔진의 힘과 모터의 힘을 동시에 바퀴로 전달하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됩니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무게가 가볍고 부품 원가가 낮아 소형차부터 대형 SUV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범용성을 지닌 시스템이었습니다.
울컥거림과의 사투, 소프트웨어 제어로 완성한 주행 감성
개념은 훌륭했지만 실제 양산형 차를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엔지니어들의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병렬형 시스템의 가장 큰 고비는 엔진 클러치가 닫히고 열리는 순간, 즉 모터 주행에서 엔진 주행으로 전환될 때 발생하는 '울컥거림(변속 충격)'이었습니다. 초기 테스트 차량을 운전해보면 전기차처럼 조용히 가다가 엔진이 켜지는 순간 뒤에서 차를 툭 치는 듯한 불쾌한 충격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프리미엄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쏘나타나 그랜저에 이러한 이질감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현대차 기술진은 이 기계적인 한계를 '정밀 소프트웨어 제어 알고리즘'으로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엔진의 회전수와 전기 모터의 회전수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수밀리초(ms)의 찰나를 포착하여 클러치를 부드럽게 맞물리게 하는 로직을 개발했습니다. 수천만 번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코딩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운전자가 언제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주행 질감을 완성해 냈습니다. 이 TMED 독자 특허의 성공적인 안착은 현대차가 글로벌 친환경차 마켓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제어 역량이 미래 순수 전기차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많은 이들이 하이브리드(HEV)를 내연기관에서 순수 전기차(BEV)로 가는 과도기적 기술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독자 구조를 완성하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은 고전압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노하우'입니다. 하이브리드 차는 주행 중 감속할 때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회생제동 시 브레이크 유압 제어와 모터의 발전 제어를 정밀하게 조율하던 감각이 고스란히 축적되어, 오늘날 현대차의 아이오닉 시리즈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비(전기차 연비)를 달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또한 배터리의 잔량(SOC)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 역시 이 시기 하이브리드 차량을 필드에 시판하며 얻은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기술 장벽에 굴하지 않고 만든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플랫폼은, 결국 미래 순수 전기차 시대의 문을 가장 먼저 열 수 있었던 든든한 기술적 징검다리였던 셈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일본 도요타의 특허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변속기에 모터를 직결하는 독자적인 'TMED 병렬형 하이브리드' 구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모터와 엔진의 주행 모드가 전환될 때 발생하는 이질적인 변속 충격을 제어하기 위해 고도화된 정밀 소프트웨어 제어 로직을 적용, 부드러운 주행 감성을 완성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며 축적된 고전압 전력 제어 및 회생제동 역량은 오늘날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의 독보적인 연비(전비) 효율을 지탱하는 기술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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